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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2012.12.18 10:09 | Posted by 이승현논설실장 trala
주당(酒黨) 품격이 하나같을 수는 없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무릇 18개의 계단이 있다”고 했다. 술 친구, 술 버릇 등에 따라 품격이 크게 나뉜다는 것이다. ‘주도유단(酒道有段)’론이다.

술을 안 마시면 부주(不酒)다. 술을 겁내는 부류가 있다. 외주(畏酒)다. 술을 겁내지 않지만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면 민주(憫酒)다. 돈이 아까워 숨어 마시는 축도 있다. 은주(隱酒)다. 잇속을 챙길 때만 술을 내는 고약한 족속은 상주(商酒)다. 모두 하수들이다.

학주(學酒)는 돼야 명함을 내밀 자격이 있다. 술의 진경을 배우는 단계다. 주졸(酒卒)이라고도 한다. 갈 길이 먼 까닭이다. 이어 애주(愛酒) 기주(嗜酒) 폭주(暴酒) 석주(惜酒) 등의 고비를 넘으면 관주(觀酒)에 접어든다.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 수는 없는 주종(酒宗)의 경지다. 최고수는 폐주(廢酒)다.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가는 경지다.

작곡가 브람스는 임종 시에 술을 청해 마신 뒤 “술맛 좋다”며 타계했다. 그러니 유언이 “술맛 좋다”다. 아무래도 관주에는 못 미쳤던 모양이다.

술 없는 인간 사회는 상상하기 힘들다. 음주 흔적은 동서양 고대 유적에서 두루 확인된다. ‘시경’ 등에도 술 얘기가 널려 있다. 다양한 등급의 주당이 인간사의 피륙을 짜온 것이다.

안타깝게도 술에는 장사가 없다. 많이 마실수록 폐주가 빨리 된다. 만취는 망신과 동의어다. ‘탈무드’에 따르면 인간은 술을 마시기 전에 양같이 순하고 적당히 마시면 사자처럼 강해지지만 나중에 돼지로 변했다가 결국 원숭이가 되고 만다. 술자리에서 곧장 응급실로 직행하는 원숭이 꼴을 면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술병 치료에 쓰인 국내 진료비가 2009년 1688억원으로 4년 사이에 곱절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음주진료비’ 역시 2009년 6조1226억원으로 급증했다. 사회경제적 비용은 20조원을 넘어 국내총생산의 3%에 육박한다. 술 앞에 턱없이 용감한 한국 사회의 무모한 체질을 실감케 하는 통계지표다.

술을 멀리하기 어렵다면 올해는 관주의 자세로 대하는 게 어떨까. 아니면 ‘예기(禮記)’의 주법을 본받든가. 그 주법은 이렇다. “주인과 손님이 술 한 잔을 주고받으면서 100번씩 절을 한다.”

이승현 논설위원

 

 

20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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