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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클린

2012. 12. 18. 10:14 | Posted by 이승현논설실장 trala

해서(海瑞)라는 인물이 있다. 명나라 관리로 청렴·강직의 대명사였다. 정육품 때 ‘직언천하제일사소(直言天下第一事疏)’라는 상소문을 올렸다. 탐관오리로 인해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면서 근본 원인이 황제인 가정제에게 있다고 꾸짖는 상소였다. 그 내용은 지금 봐도 기가 찰 만큼 강렬하다. “황상께옵서 의심이 많고, 신하를 가혹하게 대하시며, 사욕과 허영을 좇는 혼군이자 폭군이기 때문입니다.”

해서가 제 명을 못 채운 것은 아니다. 일흔을 넘긴 1587년 타계했다. 남경 백성은 생업을 접고 애도 대열에 동참했다. 중국 사학자 이중톈은 ‘품인록’에서 “흰 옷을 입고 흰 모자를 쓰고 눈물을 흘리며 장송하는 행렬이 무려 100여리에 이르렀다”고 했다. 남긴 재산이 장례비를 충당하기에도 모자랐던 해서를 외롭게 보낼 수 없었던 민심이 배어나는 대목이다.

해서가 오늘날 정계에 투신했다면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적어도 공천이나 선거를 앞두고 떨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대 정치인들이 ‘클린’ 이미지 구축에 각별히 공들이는 이유다. 성공담도 널려 있다.

대만의 천수이볜 전 총통은 2000년 권좌에 오를 때만 해도 청렴한 이미지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미국의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는 뉴욕주 검찰총장 재직시 ‘월가의 저승사자’로 지칭됐다. ‘미스터 클린’ 이미지에 힘입어 주지사 선거에서마저 압승을 거뒀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미국 외교전문에서 ‘미스터 클린(淸廉先生)’으로 묘사됐다고 한다. 푸젠성 관리 시절에 거액 뇌물을 거절해 부패와 무관한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공개 과정도 흥미롭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전문을 입수했고 로이터통신을 거쳐 홍콩 명보(明報)가 19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띄우기’ 작전으로 여기기는 어려운 정황이다.

시 부주석은 중국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진정 청렴하다면 중국 사람들에겐 큰 복이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미스터 클린’의 추락 사례는 수두룩하다. 천수이볜은 2008년 ‘부패의 화신’이 됐다.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도 성 스캔들로 불명예퇴진했다.

시 부주석이 현대판 해서가 될지 말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린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왕의 남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탄이 절로 나온다. 왜 그런 이치를 모르는 이가 이리도 많은가.

이승현 논설실장

 

 

201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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